[일과 신앙] “교회 재정지원 ‘씨앗’, 좋은 열매로 돌아와”
'하나님의 금고지기' 창원 벧엘새마을금고 김경호 장로
벧엘새마을금고 김경호 이사장(가운데 서있는 사람)과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사랑한다’는 표시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벧엘새마을금고 제공
경남 창원 벧엘새마을금고(이사장 김경호 장로·사진)는 말 그대로 하나님의 집(벧엘)인 교회의 새마을금고다.
전국 2000여 교회가 이곳에서 자금을 융통했다. 벧엘새마을금고의 전체 대출 1400억여원 중 교회 대출금이 55%를 차지한다.
교회는 담보가 있어도 은행권 대출이 쉽지 않다.
교회는 사람이 자산인데 교회 내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사람이 줄어들면 부채 상환도 어려워질 수 있기에 담보가 있어도 대출을 꺼린다.
벧엘새마을금고 창원 사무실을 지난달 30일 방문했다.
안내를 받아 이사장실로 이동하는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감사패 40여개가 눈에 띄었다.
감사패 상단엔 하나같이 십자가 혹은 교단 마크가 있었다. 김경호(58) 이사장은 모두 교회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자랑했다.
리스크가 큰 교회 대출을 많은 하는 금고로서 재무건전성은 어떨까.
김 이사장은 연체비율이 2009년 이후 0.1%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연체율이 1금융권은 1.5%, 상호금융권은 2.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재무상태가 매우 건전한 셈이다.
1981년 자본금 16만1000원으로 설립된 금고는 지난해 12월 현재 자산규모 1855억원으로 성장했다.
벧엘새마을금고의 이 같은 안정과 성장에는 김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일에선 성실함, 신앙에선 독실함으로 직원들에게 본을 보여 왔다.
그는 이전 직장인 남창원농협에서 28세 때 최연소로 상무 진급시험 자격을 얻었다.
초고속 승진의 배경은 성실성이었다.
전국 농협 중 경남지역 친절봉사왕으로 뽑혔을 때, 일하던 농협 사무실 바닥이 포상근거가 될 정도였다.
손님이 오면 무조건 일어나 인사하고 안내한 탓에 바닥에 깔렸던 장판이 다 닳아 헤져 있었다.
신앙적으로는 하나님과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마산은혜교회(류래신 목사) 장로인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전도로 처음 이 교회에 출석했다.
마산 변두리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지만 이곳에서 큰 은혜를 받았기에 이 교회만 섬기기로 작정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무 진급도 마다했다. 상무가 되면 타 지역으로 전출을 가야했기 때문이다.
농협도 떠나기로 결심했다. 고속 승진한 것에 감사해 아침마다 직원들과 예배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농협에선 종종 고사를 지냈어요. 그때마다 부정 타니까 나가라고 핀잔을 들었고요.
그러니 예배는 꿈도 못 꾸겠더라고요. 마침 당시 벧엘새마을금고 이사장이셨던 고 김종태 장로가 오라고 제안을 하셨어요.”
김 이사장은 금고의 안정과 성장 이유로 예배를 꼽았다.
금고 설립 때부터 매일 예배를 드렸지만 2008년 금융위기 후에는 더 철저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는 목회자를 초청해 예배를 드린다. 금융위기 때 금고가 처음으로 적자를 내면서부터다.
당시 ‘매일 예배를 드렸는데도 적자가 나면 비기독교인이나 초신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는 게 하나 있는데 하나님께 매달리기 아니냐’면서 예배에 더 집중했다.
15년 전부터 두 달에 한 번 찾던 기도원도 전 직원 17명이 찾아가 더 뜨겁게 기도했다.
이후 연체비율은 0.1%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기도 덕분인지 직원 2명이 목회자, 여직원 4명이 목회자 사모가 됐다.
금고는 지역 교계도 적극 섬긴다. 25년 동안 미자립교회 및 각종 교계행사에 1억9000여만원, 농아인교회 등
장애인 선교에 1억여원, 장학금으로 3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회사와 별개로 임직원들로 구성된 직원선교회도 1995년부터 매달 급여 1%를 모아 총 1억여원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눴다.
직원들의 온전한 십일조도 권장한다. 김 이사장은 “우리 금고엔 복음적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비전을 묻자 “기독교인 회원 1만명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금고 정회원 1만3500여명 중 기독교인은 2700여명”이라며 “
복음적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기독교인 회원이 1만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